안녕하세요. 어떻게 지내요? 당신이 어떻게 지내냐고 물었을 때, 사람들은 언제나 거짓말을 하죠. 길거리에서 누군가 만나 이렇게 물어요. “어떻게 지내요?” 그들이 대답할 겁니다. “잘 지내요. 어떻게 지내요?” 그럼 당신이 말하겠죠. “저도 잘 지내요. 또 봐요.” 보통 그런 대화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으니까요. 만약 진실을 이야기해주면 사람들은 굉장히 당황할 겁니다. 누군가 “어떻게 지내요?” 물었는데, 당신이 “끔찍해요. 치질에 걸렸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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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자그마한 도서관 사서를 인터뷰해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일까. 그는 자신이 소속된 회사의 잡지가 13년의 역사에 더하여 매월 5,000부 정도 발행된다고 강조했지만, 정작 그는 그 숫자 외에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보였다. 질문도 너무나 예상 가능한 것이어서, “제일” 혹은 “계기”라는 단어를 조합하여 만든 문장들이었다. “도서관을 관리하면서 제일 뿌듯한 순간은?”이라든지, “책들을 사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등등. “딱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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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84년의 서울은 고양이가 지배한다. 그들은 특유의 애교와 무심함을 동시에 이용하여 세계를 전복시키고 인간을 애완용으로 키우기 시작한다. 우리 인간들이 예쁜 짓을 하면 상으로 핫바 하나 정도 먹을 수 있을 것이다. 고양이 주인님을 위해 매일 온갖 생선을 조리하고 오만 평에 달하는 농지에 캣닙을 재배하는 일을 맡게 된다. 뭐, 그러면 어떠랴. (나는 자타가 공인하는 애묘인이다) 고양이와 함께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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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스트 최 씨는 오뎅을 꼬치에서 스윽 빼어 베어먹으며 말을 이었다. “정말이에요. 이렇게 말하면 글 쓸 자격 없다 하겠지만, 저는 제가 정말 싱어송라이터인 줄 알았어요. 당최 어디에서 어떻게 띄어쓰는 말인지 알 수가 있어야죠. 매번 노래방에 가면 학교 선배들이 비아냥 가득한 말투로 ‘노래나 한 곡 해보게, 작가양반(Sing a song, Writer)’이라고 했기 때문에, 나중에 신문기사 칼럼에서 ‘싱어송라이터’라는 말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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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4 종이 한 장으로 입체를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강박과 입체로 만들어야 한다는 믿음의 경계에서 언어와 개념 다 집어치우고 그것이 만들어낸 선과 그림자를 바라본다. _이로, 우울한 종이(데이즈드 앤 컨퓨즈드 2011년 8월호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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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상한 회사였다. 면접을 보기 위해 들어간 곳은 사장실이었는데, 쾌쾌한 냄새하며 낡은 책상과 소파 하나가 전부였다. 그 흔한 책장 하나 상패 하나 없었다. 오늘 면접을 보는 사람이 나 혼자였을 때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이건 또 무슨 사기집단이란 말인가. 어떤 타이밍에 어떻게 호통을 치고 일어설지 고민하던 차에, 사장으로 보이는 남자가 물었다. “이 소똥 같은 자기소개서는 집어치우고, 지민 씨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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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질 글에는 영화 <어 퓨 굿 맨>과 <트랜스포머3>에 대한 아주 이상한 종류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어 퓨 굿 맨>(1992)은 유년시절의 나에게 괴악한 영화로 남아 있다. 명장면으로 꼽히는 후반부가 유독 그랬는데, 정의를 대변하는 다니엘 캐피 중위는 흐름의 절정에서 연극적인 과정을 통해 나단 제셉 장군에게서 자백을 이끌어낸다. (실제로 <어 퓨 굿 맨>은 브로드웨이 연극이 원작이었다) 상식적으로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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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꽤 자주 인생을 “무엇”에 비유한다. 인생이라는 글자를 단단한 발음으로 당당히 말할 수 없기 때문에, 인생이라는 언어 자체가 지닌 무게를 버틸 튼튼한 척추가 없어 자꾸 어딘가 멀리 돌려보내려 한다. 조금 더 친밀한 무언가에 대입시킨다. 인생은 장거리 달리기와 같다든지, 스페이스 인베이더 게임 같다든지. 나 역시 비슷한 시도를 하고픈 욕심이 생긴다. 인생은 결국 링 위의 권투와 같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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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한 소재에 있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화법 지침서 (虛構社, 2003) 2. 톱을 노려라 과잉용법과 마찬가지로 쉽고 사용이 간편한 초보용 용법입니다. 어법은 단순합니다. “1등을 깝니다.” 어떤 분야든 막론하고 가장 유명한 사람을 비난합니다. 1등을 열심히 골리앗으로 치장시키면 당신은 다윗의 의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전쟁터에 나가긴 힘들어도 그 의상들로 기념촬영은 가능할 것입니다) 그들의 성공을 오로지 전 세계적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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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한 소재에 있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화법 지침서 (虛構社, 2003) 1. 과잉용법 아주 쉬운 초보용 용법입니다. 누군가 어떤 영화감독, 화가, 소설가, 디자이너, 뮤지션, 등을 거론했을 때, 그런데 그가 누구인지 딱히 알 수 없을 때, 그렇다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기 싫을 때, 이 과잉용법을 사용하십시오. 특별히 무엇이 과잉된 것인지 몰라도 좋습니다. 100명 중 99명은 이때 [...]